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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논산 양파밭 수확 지원 후기 by 벌꿀오소리
작성자 예스어스 (ip:)
  • 평점 0점  
  • 작성일 2022-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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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96

예스어스 농산물구조대의 좌충우돌 농가 소통 일지

본부장 벌꿀오소리, MD 브로콜리, 기획자 망고.

지구를 살리는 장보기를 만들어가는 예스어스팀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직립보행이 마렵다.”

논산 양파밭 수확 지원 후기 by 벌꿀오소리


흙먼지가 날리고 다리는 후들거린다. 손목이 아려서 밥숟가락 들기도 힘들다.

하루 종일 땡볕에서 양파밭을 기고 있노라면 직립보행의 소중함을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6월 어느 날, MD인 브로콜리가 미팅했던 농가에 일손이 부족하다며 양파 수확을 도우러 간다기에 흔쾌히 따라 나섰다.

평소 같으면 한참 자고 있을 시간에 일찌감치 일어나 논산으로 출발.

산지에 도착하자 내리쬐는 태양 아래 흰둥이 한마리가 쉴새없이 짖어댄다. 너도 열심히 네 할 일을 하는구나.

한 5분 정도 기다렸을까 멀리서 사장님의 승합차가 온다.

첫 대면. 인상이 참 좋으시다. 

좌측부터 벌꿀오소리, 농가 사장님 부부, 브로콜리


챙겨주신 토시와 장갑을 착용하고 현장 투입.

단단하게 잘 자라 고개를 내민 양파를 캐서 뿌리 부분을 하루 정도 말려주는 작업이다.이렇게 하면 바로 담았을 때보다 저장성이 좋아진다고 한다.


사장님의 시범을 보고 이 정도면 할만하겠는걸? 이라 생각했었다.

참 어리석게도.

 

“누구나 그럴듯한 계획을 갖고 있다. 처맞기 전까지는”

처음엔 쪼그려 앉아서 작업을 했는데 역시나 이 자세는 오래 유지하기가 어렵다.

얼마 못가 무릎을 대고 기어가는 방식으로 변경.


금새 땀이 비 오듯 흐른다. 간밤에 라면을 먹고 자서인지 땀이 짜다.

급하게 살을 빼야 하는 상황이라면 양파 수확을 추천한다.

물을 3리터는 족히 마셨음에도 화장실 갈 생각을 못하게 된다.

온 몸의 수분이 땀으로 줄줄 흘러나오는 기분.


오후가 되면 짭짤하던 땀이 싱거워진다.

한참을 기었더니 이번엔 땅을 짚는 손목이 아파온다. 사장님과 인력난에 대해 얘기를 하던 중 조카가 일당 13만원을 준대도 일하러 오질 않는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셨다.

겉으론 공감해드렸지만 속으론

‘충분히 그럴 만 하네요.’ 싶었더랬다.

 

“그들과는 다르게”

농가에는 간혹 기관이나 단체에서 이런 식의 지원을 나오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사장님은 전혀 반기지 않으신다고 하는데 이 분들이 와서 하는 일이 살 탄다고 그늘에 앉아 사진만 찍고 막걸리나 마시면서 일은 하는 척만 한다는 것.

브로콜리 조금만 힘을 내!!!


애초에 일을 제대로 하고 남는 시간에 사진을 찍고 사장님과 대화도 나누고 할 작정이었는데 이런 말씀을 들으니 더더욱 그들과는 좀 달라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손발을 더 재게 놀리고 허벅지와 엉덩이, 손목에 데미지는 그만큼 빠르게 쌓여간다. 밭 이랑의 길이는 대략 100m 정도인데 바닥을 박박 기다보면 체감 상 500m는 족히 된다는 느낌이 든다.

일어 서서 보면 정말 얼마 안되는 거리인데 다시 앉아서 양파를 캐기 시작하면 끝이 참 아득하다.


관점이 달라지면 모든 기준이 달라진다.

판매자의 입장은 내려놓고 농가와 소비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생각해야한다. 관리자의 입장은 내려놓고 실무자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할테고.

양파 일주일만 캐면 수도승이 다 돼있겠다는 생각에 헛웃음이 나온다.

 

“꿀맛보다 더 꿀맛 같았던 휴식”

계속 고단하게 일만 한 것은 아니다. 중간에 두번 정도 휴식을 취한 얘기를 해보자면 그야말로 죽다 살아나는 기분이었다.

한번은 점심시간. 남녀 사장님들과 어머님(여사장님 친정 어머님)의 농촌 라이프 이야기를 들으며 곱창볶음을 맛나게 먹었다.

특히 볶음밥이 참 인상깊었다.


사장님들의 스토리는 대부분 눈물없이 듣기 힘든 고난을 담고 있었다.

근 100시간을 한숨도 못 자고 물건을 실어 나른 이야기,

파종을 해야해서 어린이날에도 일을 하시는 바람에 지금까지도 아드님의 원망을 듣는 이야기,

몸이 아파 수술을 하고도 오이 작업을 하느라 사다리를 오르내리다보니 오히려 재활이 잘 됐다는 이야기 등..


이렇게 힘들게 키운 작물들인데 버려지는 것이 있으면 정말 속상하셨겠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게 잘 해봐야지. 다시금 각오를 다져본다.


두번째 휴식은 한쪽 밭을 다 끝내고 적양파 밭으로 넘어가기 전 수박 타임. 원래 수박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살면서 먹어본 수박 중 가장 맛있게 먹었다.


몸져 누운 브로콜리


죽어가는 몰골을 보시면서 사장님은 제법 흡족해 하셨다.

일을 제대로 하면 그런 반응이 나온다고. 인정받은 기분이라 어쩐지 울컥.


오후에는 할머님 두분께서 나오셔서 같이 작업을 하게 됐는데 오전에 다른 곳에서 일을 하시고 이리로 넘어오셨다고.

평소엔 걷기도 힘겨워 하시는 분들이 밭에선 어찌나 날래신지 그저 존경스러웠다.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가장 살아있음을 느낀다.”

이제는 아예 철푸덕 주저 앉아 썰매를 타듯 자리를 옮기며 작업을 한다. 진작 이 자세로 할걸.


확실히 요령이 생기니 좀 낫긴 한데 이미 몸이 만신창이라 정신력으로 바닥을 기었다.

16년 전 겨울, 군복을 입고 논산을 기었더랬지.

훈련병 시절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나이 마흔이 가까워서 또다시 논산 바닥을 기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 인생은 참 알 수 없구나.

정말이지 양파 일주일만 캐면 철학자가 될 기세다.


여사장님은 천안 소재 대형 미용실의 잘나가던 실장님이셨다고 한다.

그 시절 활약상을 듣다보니 어느새 적양파 작업도 끝.

오늘 작업은 여기까지다.

물론 할머님들과 사장님들은 다른 작업을 추가로 하신다고 하는데 우리는 올라가야 하니 이만하면 충분히 도움이 됐다고.


근 몇 년만에 체력의 한계를 경험해본 하루였다.

끝나고 나니 뿌듯함보다 먼저 살았다는 안도감이 밀려온다.

사장님들께서는 고맙다며 채소들을 바리바리 챙겨주셨다.

기념촬영을 하고 인사드리고 작별.


운전을 해야하는데 핸들 돌릴 때마다 손목이 비명을 질러댄다.

콜리와 함께 서로의 안위를 묻고 살아남았음을 축하하며 판교 사무실로 올라왔다.

선물받은 채소를 직원들과 나누고 집으로.

 

“당구공처럼 단단하고 아리지않고 달짝하다.”

마침 다음날 친척들이 집에 방문해 적양파를 생으로 썰어 대접했다.


다들 그 아삭함과 달짝한 풍미에 칭찬 일색.

이번 작기는 논산 양파를 받아올 수 있을지 미지수지만 하루빨리 우리 고객님들께도 이 맛있는 양파를 맛보여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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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는왜검정색이지 2022-06-15 0점
    수정 삭제 댓글
    스팸글 멋지네요~~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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